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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산업의 메카, 송도를 가다…글로벌 신약생산·R&D 허브로 뜬다

모두가 믿지 않았다. 불가능하다고 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글로벌 제약사도 미처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가 국내 벤처기업의 손에서 탄생했을 때 전 세계 바이오 업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본사를 둔 셀트리온의 얘기다.

셀트리온은 2001년 송도에서 직원 두 명의 바이오벤처로 시작했다. 바이오 산업과는 거리가 먼 분야에서 일했던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항체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잠재력을 깨닫고 불모지나 다름없던 바이오 산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당시 항체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특허를 보유한 다국적 제약사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던 상황. 국내에서는 바이오시밀러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때다. 셀트리온은 과감히 그곳에 뛰어들어 항체 바이오시밀러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9월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로 국내 바이오 업계 첫 단일 의약품 누적 수출액 1조원을 달성했다. 2013년 램시마 수출을 시작한 지 불과 3년여 만의 성과다. 회사의 위상도 달라졌다. 지난 2년간 주가는 3배 이상 뛰었고, 시가총액 12조원에 육박하는 코스닥 상장사 1위 기업으로 도약했다.

셀트리온의 성공과 함께 송도는 국내 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급부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송도에 둥지를 틀었고, 동아쏘시오홀딩스도 일본 제약사 메이지세이카파마와 만든 합작법인 DM바이오의 생산공장을 이곳에 세웠다. 바이넥스, 아이센스,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 아지노모도제넥신 등 국내외 바이오 기업들의 입주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10월에는 독일 머크의 협업연구소 ‘엠랩(M Lab) 컬래버레이션센터’와 미국 GE헬스케어의 ‘아시아태평양 패스트트랙센터’가 잇따라 문을 여는 등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의 ‘송도 러시’도 이어지고 있다.

무엇이 송도를 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만들었을까. 왜 송도로 인재가 몰리고, 기술이 몰리고, 돈이 몰릴까.

인천시 연수구 해안에 위치한 송도는 여의도 면적 12배의 규모로 펼쳐진 경제자유구역이다. 간척지 위에 만들어진 계획도시로, 현재도 간척사업은 진행형이다. 그중에서도 축구장 126개(90만㎡) 정도 크기의 송도 바이오 단지에는 100여개의 바이오연구소와 공장이 밀집돼 있다. 벤처기업부터 대기업까지 국내외 바이오 기업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국내 바이오 산업의 전초기지가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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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기업 잇단 진출 ‘상전벽해’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 급성장

바이오 산업의 현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간 송도는 그야말로 충격과 놀람의 연속이었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황량한 분위기가 곳곳에 남아 있던 것과는
달리 빼곡히 들어찬 초고층 빌딩과 컨벤션센터, 특급호텔이 눈길을 끌었다. 한때 ‘유령도시’라는 말까지 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대형마트와 쇼핑몰 등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지면서 인구도 10만명을 훌쩍 넘었다. 여기에는 송도에 자리 잡은 바이오 기업들도 큰 역할을 했다. 2명으로 시작했던 셀트리온의
직원 수는 1250명이 넘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공장 가동에 앞서 2018년까지 직원 500명을 추가로 채용하는 등 고용을 늘리고 있다. 3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는 2018년이
되면 전체 직원 수는 지금보다 50% 이상 증가한 1500명에 달할 전망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송도 인구는 2011년 말 5만4273명에서 지난해 12월 11만312명으로 5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형
바이오 기업들의 영향으로 인구는 더욱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다. 인천의 중심지가 송도로 옮겨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이오 단지의 변화는 더욱 놀랍다. 텅텅 비어 있던 4, 5공구는 이미 바이오 기업과 연구소들이 입주를 모두 끝낸 상태. 미처 부지를 구하지 못한 기업들의 입주 문의가 이어지면서
현재 매립이 진행 중인 11공구까지 바이오 단지로 조성될 계획이다.

“셀트리온이 송도 입주 1호 기업이에요. 몇 년 전만 해도 이 주변이 전부 허허벌판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비어 있는 부지가 거의 없을 정도로 기업·연구소들이 다 들어찼어요.
황무지가 글로벌 바이오 산업 허브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감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유병삼 셀트리온 이사는 송도의 변화를 ‘천지개벽’이라고 표현했다.

단순히 기업 수만 늘어나는 게 아니다. 오는 2020년이면 송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동아쏘시오홀딩스와 같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투자에 힘입어
총 51만리터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춘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로 변신한다. 현재 송도는 단일 도시 바이오의약품 생산용량에서 세계 1위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바카빌(34만리터)을 근소한 차이로 추격 중인데, 2020년에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1위 도시로 올라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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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송도 입주 1호 기업인 셀트리온이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로 누적 수출액 1조원을 달성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 사진 : 윤관식 기자>
▶뛰어난 접근성과 인프라 강점

▷해외 우수인력 유치에 유리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는 서해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인천국제공항에 비행기가 뜨고 지는 것도 시야에 들어온다. 원활한 원료 수입과 제품
수출을 위해 뛰어난 접근성이 요구되는 바이오 산업에 송도는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춘 셈이다. 인천대교를 이용하면 송도 바이오 단지부터 인천국제공항까지는
40~50분 거리. 대부분의 거래처가 해외 기업인 것을 감안하면 고가의 원료를 항공편으로 바로 운송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 중 하나다.

거주 여건이 우수해 핵심 인력을 유치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특히 상대적으로 서울과 가깝고 국제도시를 표방하다 보니 고급 외국인 인력을 구하기가 한결 쉽다는 평가다.
지방 소재 기업의 경우 국내 인력조차 기피하는 현실을 떠올려 보면 쉽게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연구소에서는 외국인 직원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채용한 직원의 10%가량은 외국인 연구 인력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석윤 삼성바이오로직스 파트장은 “바이오 기업이 지방에 위치해 있으면 아무래도 우수한 외국인 인력이 잘 오려고 하지 않는다. 송도는 인천글로벌캠퍼스, 연세대
송도캠퍼스 등 대학과 연구기관이 많이 입주해 있고, 1시간이면 서울에 닿을 수 있어 우수인재 확보가 수월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자유경제구역청의 적극적인 지원 노력도 송도 입주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바이오의약품은 대규모 생산시설 확보가 중요한데,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넓은 부지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다양한 세제 혜택을 보장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사업 시작 5년 만에 연간 3만리터 규모의 1공장과
15만리터 규모의 2공장을 완공하면서 빠르게 몸집을 불리며 단숨에 치고 올라올 수 있었던 데에는 인천자유경제구역청의 역할이 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근에 위치한 ‘송도바이오대로’는 인천자유경제구역청의 바이오 산업 육성 의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는 ‘DNA Way’라는 이름의 도로가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바이오 산업의 발상지라는 자부심을 담아 만든 도로다. 송도는 이를 모티프로 삼아
지난해 7월 ‘첨단대로’의 이름을 바이오대로로 바꿨고, 12월에는 ‘송도 4교’에 새로 ‘바이오산업교’라는 이름을 붙였다. 송도를 글로벌 바이오
허브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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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기업들의 입주가 이어지면서 송도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사진은 송도 번화가 중 하나인 커넬워크. < 사진 : 윤관식 기자>


▶글로벌 바이오 기업 투자 확대

▷국내 기업과의 시너지 기대

바이오대로를 따라 송도 바이오 단지를 둘러보다 보면 많은 해외 기업들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해외 기업 투자가 줄을 잇고 있는 덕분이다.

독일의 화학·의료기업 머크는 지난해 10월 송도에 최첨단 바이오 트레이닝 센터인 ‘엠랩 컬래버레이션센터’를 열었다. 124억원을 투자해 독일 본사의
바이오의약품 제조 환경을 그대로 재현했다. 이곳에는 10여명의 머크 연구원과 엔지니어들이 상주하면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면서 직면하는 문제에 대해 신속하게 해결 방법을 제시해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머크의 주요 고객이다.

미국 GE헬스케어는 ‘아시아태평양 패스트트랙센터’를 열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바이오 전문인력 교육기관이다. GE헬스케어는 전 세계 바이오 시장의
전략적 요충지에 패스트트랙센터를 설립하고 있는데, 아태 지역 최초의 패스트 트랙 센터 입지 장소로 송도를 선택했다. 그만큼 송도가 글로벌 바이오
거점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의미다. GE헬스케어는 최초 2년간 약 87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향후 단계적으로 투자 규모를 늘려 2020년까지
약 240억원 이상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국적 제약사인 존슨앤드존슨도 송도 연구소 개설을 검토 중이다. ‘J랩’으로 불리는 이 연구소는 일종의 ‘바이오벤처 인큐베이터’다. 사용료만 내면 누구든
사무실·연구시설·기자재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의료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는 일본 올림푸스는 지난해 2월부터 송도에 ‘올림푸스 한국 의료
트레이닝 센터’를 짓고 있다. 국내 기업과의 합작 형태로 송도에 진출한 기업들도 있다. 일본 제약사인 메이지세이카파마는 동아쏘시오그룹과 함께
DM바이오를 세웠고, 아지노모도는 바이오벤처 제넥신과 합작한 아지노모도제넥신을 송도에 운영 중이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의 국내 진출은 한국 기업들에는 새로운 기회다. 협업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거란 기대감이 팽배하다.
머크나 GE헬스케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벤처들에 기술 노하우를 전수하거나 임상 시험을 대행해주면서 우수한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해
세계 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식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이 교육센터나 연구소 등을 운영하면서 국내 업체로부터 신약
기술을 도입해가는 경우가 많다”며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은 국내에 부족한 전문인력 양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풀어야 할 과제 적잖아

▷빈약한 대중교통과 편의시설 부족

상전벽해한 송도의 모습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론 곳곳에서 문제점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빈약한 대중교통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다. 송도에 위치한 기업에
다니는 직원 상당수가 서울이나 경기도에서 출퇴근하지만,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천 지하철과 광역버스가 있긴 하지만
노선 문제와 배차 간격 등으로 원활하게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차를 타고 송도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버스는커녕 택시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자가용이 없으면 생활하기가 참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생활 편의시설 부족도 문제다. 송도국제도시의 개발 완료시점은 2020년. 앞으로 4년 후 계획 인구는 25만명이다.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시설이나 의료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송도에 영화관은 한 곳도 없다.
 영화를 보려면 다리를 건너 차로 10~15분 거리인 인근 연수동까지 가야 한다. 영화관 등을 갖춘 ‘신세계 스타필드 송도’ ‘롯데몰 송도’ ‘이랜드몰’ 등 복합
쇼핑몰 개점이 예정돼 있지만, 2019~2020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아파도 갈 종합병원도 없다. 현재 송도 지식정보산업단지 내 1만5236㎡ 부지에
종합병원 규모(500병상 이상)의 전문병원 복합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지만, 투자비 조달 등의 벽에 부딪치면서 구체적인 진행은 멈춰 있는 상황이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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